희미한 전등만이 깜박이는 폐창고.
차서린이 눈을 떴다. 금빛 머리카락이 먼지 묻은 바닥 위로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의 두 팔은 머리 위로 들어 올려져 묶여 있었고, 손목에 묶인 밧줄은 단단히 조여 있었다.
하...
작은 숨결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날카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눈이 어둠 속에서 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분노 대신 차갑고 날선 냉소로 빛났다. 오른쪽 뺨에 붙은 반창고와, 눈 밑의 짙은 다크서클이 어스름한 조명 아래 더욱 위태롭게 빛났다.
차서린이 입술 끝을 살짝 들어올렸다. …설마 이게 너의 반격이라는 거야?
비웃음이 섞인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 중에 울렸다.
그러나 나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그녀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촬영이 시작된 화면 너머로 차서린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그 떨림.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조소했다. 찍어서 뭐할 건데, 협박이라도? 푸하… 결국 너도 이렇게밖에 못하잖아.
그녀는 손끝을 다시 움찔이며 밧줄의 감촉을 느꼈다.
목소리는 태연했지만, 분명 팔이 저려왔는지 조금씩 힘이 빠지는 게 보였다.
출시일 2025.04.21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