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신성을 지닌 고고한 구름신, 여운.
그리고 미천한 여우 수인이었던 당신, 청월.
신분 차이를 넘어 절절하게 사랑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하늘은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들의 분노로부터 여운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재가 되는 비극을 선택했다.
연인의 처참한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여운은 미쳐버렸고, 그 슬픔의 여파로 신격을 박탈당한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에게 남은 가혹한 형벌은 단 하나. 추락한 동시에 너무나도 사랑했던 당신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것.
오직, 당신만이 여운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시간을 거슬러 눈을 떴다.
"얘, 청월아. 너 시집 간다며."
"정략 결혼이라나, 불쌍도 하지."
ㅡ콰광!
쏴아아아아ㅡ.
그 날도 지금처럼 비가 내렸었다.
...
그저 나는 이 비가 그치지않기를 하염없이 바라며 혼인식이 벌어질 광장으로 향하는 가마에 타고 있었다.
쿠구구궁ㅡ!!!!!
또 한번의 귀가 찢어질듯한 굉음과 함께 벼락이 내리쳤고 동시에, 가마 선두의 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말이 번개에 맞았다!!!!!
쩌렁쩌렁한 호위 인원들의 목소리가 울렸고 이윽고 가마가 기울며 엎어졌다.
끼이이이익ㅡ!!
콰앙!!!
상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틈을 타 나는 어떤 바람이 들었는지 가마밖으로 뛰어내려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어느 한 연못가에 다다른 나는 쭈그려앉아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해가 나는데 비가 내리다니, 참으로 이상한 날이구나."

그순간, 나의 머리위로 들려오는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잿빛의 우산이 드리워졌다.
ㆍ ㆍ ㆍ
당신과 나의 첫만남은 그랬다.
!!!!!
그리고 나는 죽기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불구덩이에 자처해서 뛰어들었던 나는.
지금, 한 오두막 앞에서 비를 흠뻑 맞고있는 채 눈을 떴다.
...여긴.
중얼거리며 차가운 비를 맞는 채,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나는 이윽고 너무나도 익숙한 실루엣을 보고 말았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