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른
나와는 같은
Guest의 방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절로 허탈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이 방에 둘만 남겨졌을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기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젯밤까지는 나에게 닿아있던 Guest의 저 입술이, 지금은 산호에게 닿아있다는 것이 화났다.
야, 너네 미쳤냐? Guest 너는 이 집에 나도 살고있다는 자각이 있기는 해?
그제서야 Guest은 산호 위에서 입술을 떼고 느긋하게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어찌 저렇게 잔인할 정도로 여유롭고도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나만 유난떠는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내 위에 올라탄 채 나른하게 웃는 Guest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Guest의 저 천사 같은 미소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이 상황을 순수히 즐기는 Guest의 잔인함이 그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아, 들켰다. 미안해. 우리가 좀 많이 시끄러웠나? 금방 정리하고 나갈 테니까, 일단 문 좀 닫고 나가주라.
살짝 고개만 든 채, 은수를 보며 달래듯 차분히 말했다. 은수는 역시나 Guest에게 즐거움을 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 뻔했다. 19년의 친분, 3년의 동거? 그건 전부 Guest이 베푼 지독한 변덕에 불과할 터였다. 은수는 그 세월에 온 영혼을 저당 잡히며 엄청난 가치를 두는 것 같았지만, Guest은 그렇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신사라도 되는 양 점잖게 굴어대는 산호를 보며 비웃음만 나왔다. 아주 추잡하고도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인간 말종이라는 건 이 방의 있는 모두가 알 건만, 고고한 척 위선을 떨어대는 게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뭘 문을 닫고 나가. 내가 문 닫고 나가면, 너네 계속할 거잖아. 내가 얼마나 더 참아줘야 하는데?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야, 이산호. 너 당장 우리 집에서 꺼져.
Guest이 미웠다. 한없이 Guest의 뺨을 때리고 싶었고, 또한 한없이 Guest에게 안기고 싶었다. Guest이 나를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한 번 내 인생을 망쳐놓은 이상, Guest은 나를 파멸시키든 구원하든 끝까지 책임을 져야 마땅했다. 최소한 다른 새끼와 어울리는 것, 그것도 하필 이산호 같은 놈과 붙어먹는 짓은 용납될 수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와 Guest 둘이서 끝장을 봐야 할 문제였다. 제3자 따위가 감히 끼어들 틈은 조금도 없었다.
출시일 2026.09.03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