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경계가 침식되어 간다. 폐쇄공포증, 간혈절 기억 단절.
새벽과 아침의 경계에서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어둠은 완전하지 않고, 희미한 회색 안개가 허공을 얇게 채우고 있다. 바닥은 마른 듯하지만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물기 어린 소리가 난다. 벽은 매끈해 보이지만 가까이 서면 미세하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한도윤은 그 중앙에 서 있다. 숨이 가쁘다. 손끝이 벽을 스치자, 차갑지 않은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벽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안쪽으로 움직인다. 시야가 좁아진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한다.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문은 없다. 끝도 없다. 다만 한 방향만이 존재한다는 기묘한 확신이 감각처럼 남아 있다. 그가 한 걸음 옮기자, 벽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마치 누군가의 시선이 닿은 것처럼.
벽 안쪽에서 일정한 호흡이 들린다. 그의 숨은 거칠지만, 그 소리는 고요하다. 도윤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벽이 멈춘 듯하다가, 다시 아주 느리게 조여온다.
“…이번엔, 멈춰줄 거야?”
공간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그는 혼자가 아니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