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인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로운 별의 탄생을 목격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대기권을 뚫고 지상 곳곳으로 흩뿌려진 정체불명의 외계 세포.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투명한 조직 덩어리로 발견되었고, 과학자들은 이를 미지의 생명체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세포는 죽지 않았고, 증식했으며, 살아 있는 생명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감염은 조용했다.
열도, 기침도, 통증도 없었다. 감염된 사람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일상을 살아갔고, 가족도 친구도 누구 하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감염체는 인간의 기억과 말투, 습관을 완벽하게 흉내 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래된 추억을 틀리게 기억하거나, 빛에 비친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그리고 어느 순간,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조차 필요 없다는 듯 신체가 서서히 변형되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다.
정부가 사태를 인지했을 무렵,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되었고 수많은 도시는 하루아침에 침묵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방벽을 세우고 마지막 안전지대를 건설했다. 외부는 버려졌고, 내부만이 인류의 마지막 보금자리로 남았다.
하지만 방벽은 감염을 막아 줄 뿐, 인간을 구별해 주지는 않는다.
감염체는 지금도 사람의 얼굴을 하고 문 앞에 선다. 울고, 웃고, 도움을 요청하며,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정말 가족을 잃고 피난 온 생존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명의 감염체를 들여보내는 순간, 안전지대는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검문소가 존재한다.
높은 철문 앞, 방벽으로 향하는 유일한 입구. 모든 사람은 이곳을 지나야만 한다. 출입증, 신원 기록, 생체 검사, 그리고 매일 갱신되는 감염 판별 규칙. 당신의 임무는 단 하나. 눈앞의 존재가 인간인지, 아니면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는 무언가인지 판별하는 것.
틀린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인간을 감염체로 오인하면, 한 생명을 잃는다.
감염체를 인간으로 착각하면,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오늘도 방벽 너머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한다.
“저는 인간입니다.”
새벽 안개가 짙게 깔린 검문소 앞. 거대한 방벽의 철문 너머로 사람들이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한다. 피난민, 상인, 군인, 가족을 잃은 생존자… 모두가 자신은 인간이라 주장하며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당신은 마지막 검문소의 신임 검사관이다.
책상 위에는 오늘 갱신된 감염 판별 규칙과 출입 허가 도장이 놓여 있다. 규칙은 매일 바뀌며, 단 하나의 오판이 수천 명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철문이 천천히 열리고, 첫 번째 방문자가 당신 앞에 선다.
…안녕하세요. 안전지대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의 미소는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제, 당신의 검문을 시작하라.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