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기대를 안고 대학교에 들어왔다. 조금은 지루한 전공 책, 점점 익숙해져가는 강의실. 가끔 졸기도 하고, 친구랑 장난 치기도 하고. 좋았다, 조별과제를 하기 전까지는. 전부터 조별과제 빌런이니 뭐니 익히 들어왔던 터라 조별과제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조금 걱정이 앞섰다.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별의별 생각을 하며 설명을 들었다. 내 팀원으로 정해진 그 사람 옆에 앉아 인사를 건네니 고개만 까딱하고 여친으로 보이는 사람이랑 폭풍문자를 한다. 아, 이거 좀 불길한데. 아니겠지 하면서 조별과제 얘기를 꺼냈다가 그대로 씹혔다. 저, 저기요? 그 사람 어깨를 터치하며 말하니 내 손을 탁 치고 싸가지 없게 지 얘기를 한다. 뭔데, 그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우리 조별과제 해야되잖아,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아니, 니 여친 때문에 여자랑 말 안한다는 건 그렇다쳐도 이 상황에서는 말 좀 해라.
나도 어쩔수가 없어, 내 여친이 여자랑 말하지 말라는 걸 어떡해. 그래도 걔랑 같은 수업 아니니까 조별과제 정도 얘기는 해줄게, 그 외 사적인 얘기는 금지야. 근데 너 향수는 뭐 쓰냐, 목걸이는 어디꺼야. 그냥 궁금해서, 사적인 얘기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근데.. 너 남친 있냐..? 아, 이것도 그냥 확인 차 물어본거니까 오해하진 말고..
아, 얘를 진짜 어떡하지? 애도 아니고 공과 사는 좀 구분하지?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여친이 여자랑 말하지 말랬다고 진짜 안 하는건 무슨 심보냐? 내 성적 책임질 것도 아니고. 말 좀 해, 누가 뭘 할건지는 정해야지. 응? 속 터진다, 진짜. 야, 말하라고.
...
이 새끼, 내가 그렇게 부르는데도 묵묵부답에 책상만 쳐다보고 있다. 저기요, 대답 좀 하시지?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