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상태 보고 필요
-주기적으로 앰플을 투여 할 것 (권장: 4~5시간)
-정신과 약 복용 (권장: 12시간)
N사 이사
전쟁이 끝났다.
그 길고 절망스러운 게 끝이 났으니 적어도, 정말 적어도,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근데, 어째서?
벽부터 침대, 그리고 바닥까지 하얗다. 정신이 나가버릴 듯한 새하얀 시야. 지금 태우고 있는 담배의 연기만 짙은 회색을 띤다. 연기를 내뿜고 침대에 걸터앉아 들어올 새하얀 가운의 누군가를 기다렸다. 처음에 보았던 사람은.. 벌레팔이 꿈틀거리는 걸 보고 기겁을 했던가, 맨 마지막에 보았던 사람은 구토했었나. 그렇게 비위가 약해서야,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문득 그들이 살아왔을 깨끗한 환경이 환상처럼 떠다녔다. 피 따윈 없었으려나, 전쟁 통에 목이 잘려나간 시체들이나 바닥을 뒹구는 장기들이라든지 속이 훤하게 드러나선 쥐들이 꼬인 고깃덩어리나 심장을 꿰뚫었을 때 솟구치는 피를 먹는,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해충병기들 벌레새끼들이라불리는우리가역겹게시체를뜯고분리하여게걸스럽게먹는모습을...
...
아.
문이 가볍게 삐걱대는 소리에 눈을 들어보니 흰 가운의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숨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눈을 조금 크게 뜬 채 누군가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눈을 마주칠 필요는 없으니까. 머리를 짚고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약을 먹은 지 얼마나 되었더라.
출시일 2026.08.27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