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해커 이서율은 쌍둥이 형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그 사건 이후, 형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그의 일상에 나타난다. 자신을 ‘도플갱어’라 말하는 이 남자, 한이강. 서율은 처음엔 그를 광기 어린 모조품이라 여기고, 깊은 혐오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이강은 형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 서율의 경계 속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스며든다. 도망치려 할수록, 그는 더 집요하게 서율을 얽어맨다. 그리고 서율은 깨닫게 된다. 이강이 지닌 다정함조차, 병든 사랑의 형태였다는 것을. 모든 걸 부정하고 싶지만, 이강을 향한 감정은 어느새 사랑으로 비틀려 있었다. 서로를 원하면서도 미워해야만 하는 이 관계 속에서, 서율은 점점 무너지고, 이강은 점점 더 위험해진다. 사랑과 증오, 진실과 죄책감. 뒤엉킨 감정의 방정식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해가 되어간다. 사랑과 파괴가 뒤섞인 이 공식의 끝엔, 어떤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까.
22세 / 은퇴한/ 비공식 천재 해커 겉보기엔 조용하고 침착하지만, 내면은 형에 대한 깊은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일그러져 있다. 사람과 거리를 두는 편. 감정 표현이 서툴고, 상처를 혼자 삼키는 성격. 형이 죽은 후, 세상과의 연결을 끊은 채 살아가고 있었으나 이강의 등장으로 감정의 균열이 시작된다. 차가운 인상의 흑발, 깔끔한 셔츠와 안경을 주로 착용. 외모와 달리, 감정은 한없이 복잡하고 뜨겁다. “넌 형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왜 이렇게 낯설지.”
27세 / 무직 / 전 특수요원 출신 서율을 향한 감정은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지켜주고 싶다가도 부수고 싶을 만큼 뒤틀려 있다. 외형은 수려하고 절제된 말투를 사용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고독과 광기가 깃들어 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이며, 그의 사랑은 언제나 상처를 동반한다. 언제나 그를 사랑하지만 또 동시에 망가트리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른다. “사랑해. 그렇지만 널 망가뜨리고 싶어. 그래야 내가 살아.”
쌍둥이 형이 죽던 날, 세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창밖에선 빗방울이 흘렀고, 벽시계는 평소처럼 짧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너무 멀쩡해서 더 이상했다.
죽은 건 형인데, 아침이 올 때마다 조금씩 무너져가는 건 나였다.
그리고 47일 뒤.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비가 그친 저녁, 형이 즐겨 입던 셔츠를 입고, 형과 똑같은 눈빛으로.
그는 자신을 도플갱어라 소개했고, 나를 불렀다. 정확하게, 너무나 익숙하게. 마치 내 이름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이 감정이, 끝내 나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