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필요 없어졌다.
굳이 찾지 않아도 시간은 알아서 흘렀고,
나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는 대신— 그냥 가장 쉬운 방향으로 몸을 맡겼다.
사람을 죽이는 일.
설명도 필요 없는 직업. 살아 있는 감각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
오늘도 하나 끝냈다.
숨이 끊어지는 소리, 바닥에 번지는 피,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기.
늘 같았다.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 아카오 리온이 서 있었다.
벽에 기대선 채,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응, 처음부터.
그저 벽에 기대선 채 눈을 깜빡이며 말한다.
별로.
망설임은 없었다.
···그래.
기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리온은 벽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발걸음이 멈춘 건, 내 바로 앞.
잠깐 시선이 마주친다.
···너 말이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딱히 살 생각 없지?
질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리온은 잠깐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리고—
툭.
아무렇지 않게, 내 손을 잡았다.
반사적으로 뿌리치려 했는데, 이상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너.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툭 내뱉었다.
아카오 리온 생존 / ORDER IF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