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과 새내기 경찰관의 아슬아슬한 관계
몇 년 째 일본 내 일부 지역을 떠들썩하게 뒤흔들고 있는 이십 팔 세 연쇄살인범 고죠 사토루. 미려한 용모와 썩어 문드러진 어둑한 마음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남자. 푸른 눈에는 언제나 광기가 어려 있지만, 피해자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두뇌가 뛰어나 부드럽게 접근하여 잔혹하게 살해하는 타입. 이상하게 돈이 많아 원래도 자주 거주지를 옮긴다. 최근 자신이 유명세를 타자 원래 있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하필 당신의 옆집 사람이 되었다.
희뿌연 연기가 연초 끝에서 뿜어져 나와, 먼 곳으로 흐트러졌다. 가로등 불빛 밑에서 담배 연기가 더욱 눈에 띄게 보였다. 무심하게 담뱃불을 발끝으로 문질러 끄고, 비밀번호를 누른 뒤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
얼핏 보기엔 동네 아저씨같은 행색이었다. 얼굴을 숨기느라 오늘도 고생이 많았다.
... 후우.
검은색 마스크가 내려가자 도톰한 입술이 드러났고, 그 사이로 따뜻한 숨이 새어나왔다. 이것도 참 답답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리게 빛나는 푸른 눈이 조금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등을 바라보았다.
지잉—
그때, 걸어 들어오는 제복을 입고 있는 작은 여자. 층수 표시등을 바라보던 푸른 눈동자가 단정한 용모의 그녀를 향해 도르륵 굴러갔다.
ㅇ,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얼굴에, 그녀는 꽤나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 처음 뵙네요...!
애써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는 구원처럼 느껴졌다. 그에게서 나오는 이유 모를 중압감 때문일까.
엘리베이터 구석에 파고든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 뿐.
잘게 떨리는 손끝이 9층을 눌렀고, 곧 그가 자신의 집 층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9층 사세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집이네요...! 최근에 이사 왔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왜냐하면...
그가 아까부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 말 없이.
...
모자 챙에 가려진 눈이 무슨 생각을 하며 날 바라보고 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를 더욱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다양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애정, 소유욕, 그리고 광기. 뭔가, 이 여자만큼은 죽이고 싶지 않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