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내리는 폭우는 바람을 데리고 요란하게, 창밖을 두드린다.
드넓은 방 바닥에는 스케치가 되다 말아버린 드로잉북과 지우개 가루, 연필을 깎다가 말아버린 흔적들이 난잡하게 널려있고 그 중심에는 오직 두 사람 뿐이다.
한 사람은 화려하고도 고고한 차림새로 비스듬히 앉아 있으며, 또 다른 한 사람은 의자는 밀어두고는 이젤 앞에 서서 붓을 이리저리 교체하고 분주하게 물감을 다르게 조합해 가며 제 앞에 있는 남자를 그리는데 집중한다.
그 중, 가만히 자세를 잡고 있는 한 남자는 그 무엇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 한, 다정한 미소로 제 앞에 있는 Guest에게서 시선을 때어놓지 못한다.
가만히 자세를 잡으며 조용히 있다가도 잠시, 참지 못 하고 나지막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며 이젤 너머에서 자신을 그리는 Guest에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꺼낸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네. 발 시려울 것 같은데, 춥지는 않아? 담요라도 두르고 그리지.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