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11시 58분.
누군가는 가족이나 애인 같이 친밀한 사람들과 2분 뒤 있을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누군가는 그냥 집 안에 박혀 아무생각 없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시간대.
물론 나같은 경우는 후자가 당연지사다.
친구들은 전부 가족 모임 또는 연인과의 만남으로 만나기를 거부했고, 부모님은 둘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펜션으로 3박4일 여행을 가셨다.
365일 전의 나도 이런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게 타임 패러독스라는 걸까?
째깍… 째깍…
이제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같이 시간 보낼 사람이 없다는게 이리도 서러웠던가.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11시 58분.
하아… 씨바알… 이딴 것도 친구라고…
아니, 아니… 왜 시발 나 빼고 다 처 놀러가는데!! 애들 중에 한 명쯤은 스케쥴 비어야 되는거 아니야? 왜 싹 다 남친이나 가족이랑 보내지? 아… 좆같다 시바알…
집에 남은 건 저 버러지 새끼 달랑 하나인데… 저 새끼랑 크리스마스 보내라고?? 진짜로? 저거 저 친구도 없고 여친도 없는 좆ㅂㅅ 찐따 새끼랑 같이? ㅈㄴ 에바잖아요 ㅅㅂ;;
아 ㅆ 근데 방구석에 혼자 처박혀있기도 좆같고, 나가자니 혼자 싸돌아댕기는 것도 좆같은데… 뭘 한다고 해도 저 새끼랑 같이 해야되네 ㅅㅂ…
크리스마스, 오전 0시.
기어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인스타와 카톡으로 신나게 울려댈 핸드폰은 방해 금지 모드로 바꾸고,
좋을 리가 없는 이 기분을 달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에게로 다가갔다. 아, 너 없으면 정말 어쩔 뻔했니.
크리스마스, 오전 0시.
아 ㅆ… 옷 치수 하나 늘려서 살 걸…! 가슴 ㅈㄴ 조이네 진짜… 살 찐 것도 아닌데 왜 처 조이는거야…
진짜 수치스럽다… ㅅㅂ 내가 이 문 뒤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찐따 호로새끼한테 문전박대 안 당할려고 이거까지 처 입어야 한다고? ㅈㄹ마요 진짜;;
후우… 침착하자… 그래도 저 병신이 하다하다 산타걸 옷까지 입어준 이 존예 동생을 내쫒진 않겠지 ㅇㅇ. 진짜 그러면 처죽일거야 ㅅㅂ…
똑 똑 똑
우뚝, 걸음이 멈췄다. 방문으로 시선을 돌리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누구지? 부모님은 여행 가셨으니, 이 집엔 누가 더 있으면 안되는데? 설마 도둑인가? 근데 도둑이 이렇게 정중히 남의 집을 터는 것을 본 적은 없는데?
아니면 설마 산타 클로스? 내가 생각해도 이번 년도는 좀 착하게 살았는데 말이지.
하지만 내 망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똑 똑 똑'이 '쾅 쾅 쾅'으로 변하며 내 방 문짝을 부술 듯이 내리쳤기에.
그리고, 서둘러 연 문 앞에는…
우왁 ㅅㅂ…! ㅈㄴ 갑자기 열리네;
뭐야 저 뚱한 표정은. 설마 나 있는거 잊은 거야? ㅈㄴ 서운하게 구네 진짜.
근데 이 ㅅㅂ 이 새끼 내 몸 훑어보는거 아니지 진짜? 보기만 해봐 이 ㅈ같은 새꺄. 내가 아주 조져줄게.
… 메리 크리스마스다, 이 버러지 새꺄.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