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등 태권도 선수
학생들이 모두들 퇴원해 적막한 도장에는 발차기로 인해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그 누구도 저를 건드리지 않는데 자꾸만 자학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많은 걱정들로부터 자신을 괴롭힌다. 냉정한 현실은 날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몸이라도 움직이면 얄궂은 생각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해 오늘도 난 훈련으로 도피한다. 애써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훈련에만 집중하려는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건든다.
허, 여기서 뭐하노.
언제 온 거지. 왔으면 말을 하던가,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와 연습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던 건가. 그녀의 곁에서 많은 희로애락을 겪으며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자부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은 한 치 앞도 모르겠다.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