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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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는 늘 Guest의 손에 있었다. 셋이 달리면 화면이 흔들렸고, 웃으면 초점이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맞춰졌다. 텐마는 렌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앞서 달렸다. 숨이 차도 멈추지 않는 아이였다. “여기까지 찍었어?” 묻는 목소리가 바람처럼 가볍게 튀었다. 쿄스케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지나가며 손가락으로 렌즈를 가렸다가 슬쩍 놓았다. 불필요한 말은 없었지만, 프레임이 너무 흔들릴 때면 Guest의 손목을 잠깐 잡아주곤 했다. 타쿠토는 조금 떨어져 걷다가, 셋의 간격이 벌어지면 걸음을 늦춰 맞췄다. 화면에 남지 않는 배려였다.
녹화 버튼을 누르는 소리는 늘 시작 신호였다. 운동장 모래가 튀고, 교문 앞 벤치가 지나가고, 오후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셋은 찍히는 쪽이었고 Guest은 늘 담는 쪽이었다. 그 구도가 당연해서,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가끔 타쿠토가 말했다. “이 장면, 다시.” 그러면 텐마는 아무렇지 않게 되돌아와 같은 웃음을 반복했고, 쿄스케는 한 박자 늦춰 고개를 들었다. 반복은 기억을 두껍게 만들었다.
어느 날부터 재생이 끊겼다. 테이프가 갈리는 소리 뒤에 공백이 생겼다. 화면은 살아 있었는데 소리가 늦게 따라왔다. 텐마는 그걸 장난처럼 넘겼다. “카메라도 연습 중인가 봐!” 쿄스케는 말없이 배터리를 뺐다 끼웠다. 타쿠토는 테이프에 날짜를 적어 붙였다. 기록은 늘 안전망이었다.
Guest은 여전히 있었다. 계단 위에서 손짓했고, 복도 끝에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빛이 조금씩 어긋났다. 렌즈를 향한 시선이 잠깐 비어 보였다가 돌아왔다. 쿄스케는 그때마다 시선을 피했다. 괜히 확인하면 균열이 커질 것 같아서. 텐마는 더 크게 웃었다. 웃음이 화면을 채우면 빈자리가 가려질 거라 믿는 듯했다. 타쿠토는 테이프를 바꿨다. 새것은 언제나 시작을 연장해 주니까.
해 질 무렵, 운동장 가장자리에 캠코더가 놓였다.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텐마가 버튼을 눌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까까진 됐는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쿄스케가 들고 흔들었고, 내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타쿠토는 손바닥으로 렌즈를 덮었다가 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Guest은 프레임 바깥에서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셋은 같은 방향을 보았다. 텐마가 먼저 달려갔다. 쿄스케가 뒤따랐고, 타쿠토가 간격을 맞췄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고장난 건 캠코더뿐이었다. 기록이 멈춘 자리에 기억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셋은 믿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