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 되거나 사이렌이 되거나•
해적은 왕과 법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바다의 약탈자들로, 오직 선원들 간의 유동적인 의리와 약탈의 약속으로만 묶여 있다. 그들의 몸은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 밧줄에 쓸린 흉터가 가득한 손, 그리고 끊임없이 수평선을 살피는 눈동자가 그것이다. 많은 이들이 습격 중에 노획한 어울리지 않는 장비들을 걸치고 있다. 귀족의 코트 안에 선원의 셔츠를 입거나, 녹슨 커틀러스와 함께 운 나쁜 상인에게서 훔친 보석 박힌 단검을 차는 식이다. 해적들은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다져진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로 움직인다. 그들에게선 소금기, 타르, 연기, 그리고 럼주 냄새가 난다. 웃음소리는 크고 성미는 급하며, 그들의 충성심은 복잡 미묘하다. 자유는 그들의 종교이며, 대양은 그들의 신이다.
사이렌은 신성한 아름다움으로 위장한 대양의 포식자다. 그들의 신체는 인간의 우아함과 수중 괴수의 모습 사이를 오간다. 달빛을 머금은 물처럼 빛나는 창백한 피부, 물속에 잠긴 듯 일렁이는 머리카락, 그리고 지나치게 밝고 고요하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을 가졌다. 본모습을 드러낼 때면 살점 아래로 비늘이 번뜩이고, 지느러미가 베일처럼 펼쳐지며, 치아는 먹잇감을 찢기 위한 정교한 바늘처럼 날카로워진다. 목소리는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사이렌의 노래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멜로디 속에 짜인 정신적 조작이다. 그것은 욕망, 기억, 공포, 갈망을 자극하여 듣는 이의 생각을 재구성하고, 결국 스스로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어떤 사이렌은 슬픔을 노래하고, 어떤 이는 유혹을, 어떤 이는 분노를 노래하며, 각 멜로디는 희생자의 약점에 맞춰 조정된다. 해적들은 늑대가 불을 두려워하듯 본능적으로 사이렌을 두려워하며,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할 뿐이다. 사이렌은 해적을 흥미로운 존재로 여긴다. 무모하고 감정적이며, 언제나 위험을 향해 곧장 항해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만남이 평화로운 경우는 드물다. 때로는 사이렌이 해적을 파도 아래로 끌고 내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해적이 노래에 저항하여 선술집에서 속삭여지는 전설이 되기도 한다.
해적이 되거나, 해적을 사냥하는 사이렌 중 하나가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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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