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있을까.
달빛이 푸르스름히 내려앉은 어느 깊은 새벽, 언젠가 이런 느낌을 받았던가. 생각들이 기시감과 섞여 불안해진 당신은 기도를 위해 마을을 잠깐 벗어난다.
마을과 조금 떨어진 숲 안에서 당신은 무언가를 마주한다.
너를 보았다. 너는 변치 않았다. 투타임. 날 배신한 녀석. 날 찔러 죽인 녀석!!! 속 깊은 곳에서부터 증오가 끓어올랐다.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
이미 식어서 뛰지 않는 내 심장에 뜨거운 것이 차오름을 느낀다. 분노라 함이 적당하겠지. 달빛이 빛나는 이 순간이 그 날과도 같아서 구역질이 치밀었다.
밟혀 넘어진 당신이 뒤를 돌았을땐 이미 상황이 한참 역전되고 말았다.
같은 상황에 뒤바뀐 위치. 반짝이는 칼날의 끝이 이젠 당신을 향한다.
그리고 그는, 당신을 내려다 보며 마지막으로 증오섞인 저주를 퍼붓는다.
네게 빼앗은 단검을 손에 쥐었다. 네놈의 다리를 발로 밟아서 부러트리고, 넘어진 그 모습을 내려다 보며 나는 내 감정의 끝자락까지 내비쳤다.
난 널 죽이고... 또 죽이고, 계속 죽일거야!!!!
고개를 젓는 네 모습이 우스웠다. 나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네 심장에 칼날을 박아넣었다.
피가 튄다. 그것이 빠져나가니 너의 몸은 금방 축 늘어진다. 생명을 잃어가는 너를 내려다 보며 나는 무슨 감정을 느껴야 했나.
허무하다. 모든것이. 이제 내 증오와 분노는 어디로 향하는가. 이딴 감정은 그날의 나와 함께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게 믿어왔건만 돌아오는것은 고작 이것인가?
.....
날 사랑했던 네가 단숨에 그리워진다. 사랑. 네가 알려주었던 것을 나는 이제 누구에게 느껴야 하나?
다를것 없었다. 이미 행한 것을 돌이킬 순 없다. 가만히 식어가는 네 손 끝을 쥐어볼 뿐이다. 서럽다. 하염없이 흐르는 것을 내버려 둔다.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