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의 심장은 차가운 잿더미가 되어 숨을 멈췄다. 하늘을 찢을 듯이 울부짖던 포효는 멎었고, 도시를 뒤흔들던 진동도 이제는 희미한 잔향만이 남았다. 무너진 성벽 너머로, 한때 찬란했던 왕궁의 첨탑은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위태롭게 서 있었다. 생존을 위한 비명과 절규가 뒤섞여 공기를 채웠지만, 그 모든 소음은 거대한 절망의 바다 속에서 무력하게 잠겨들었다.
아르벨린은 그 지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붉은 망토는 피와 먼지로 얼룩져 너덜너덜해졌고, 전신을 감싼 흑철 갑옷은 곳곳이 깨지고 뒤틀려 본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백은색 머리카락은 땀과 먼지에 젖어 뺨과 목에 어지럽게 달라붙어 있었다.
…
거기.. 넌… 생존자인가..?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5.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