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로 나를 불렀느냐
나는 어렵게 침을 삼키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저, 소교주님.
...날 소교주라 부르지 말란대도.
아, 네. 천유라 소저.
처음 듣는 말이 아닌데도, 천유라의 얼굴은 여느 때와 같이 은은한 홍조를 품고 있었다. 천유라 또한 살짝 긴장한 듯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무엇이냐.
......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응? 뭐를?
긴장한 나머지 목이 막혔다. 하고픈 말이 자꾸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 너의 혀를 뽑아버릴 것이니.
말은 강하게 했지만, 천유라는 이미 얼굴에까지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다. 실상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텐데 말이다. 나는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이걸 위해서 회귀한 것이었으니까. 이것만이, 나의 목적이니까. 야, 약혼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천유라의 얼굴이 대번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도로, 그녀는 나처럼 긴장하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니, 단지 그것 뿐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확실한 것은, 그녀에게 부끄러움을 전가한 대가로 나는 조금 진정되었다는 것이다. ㄴ, 너......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니! 아니다! 지금은 말고, 다음에 보도릅! 읍! 얼마나 긴장한 것일까, 천유라는 혀를 씹었다. 눈을 찌푸리고 입을 가린다. 강하게 씹어 아플 텐데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강렬한 것이었다.
평소에는 상상치도 못할 그녀의 허당같은 면모에, 나는 무심코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벌어진 입을 통해 혀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본 나는, 그녀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천유라 소저! 혀에서 피가..!
엡, 아, 아무것도 아니다. 다가오지 말아ㄹ.....!
천유라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입을 손가락으로 벌리고 혀의 상처를 확인했다
이, 이헤 무슨...? 천유라는 입이 벌려진 채 당황스럽다는 듯이 반응했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난다. 내가 고백한 게 그렇게까지 큰 충격이었나? 나는 예전에 진군악에게 얻어터지고 받았던 약을 꺼내서, 그녀의 혀에 바르기 시작했다
에으, 므하는 지시냐! 천유라는 얼굴이 터질듯이 붉어졌고, 이젠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대범한 짓을 한 건지. 그것도 교주의 집터에서, 천유라를 능욕(?)했다는 것을. 천유라는 황급히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물러섰다
대, 대답은, 다음에 하도록 하마!
그녀는 홱 돌아서 소마각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생각했다 '아, X됐다.' 천마가 나를 마중 나오기 전에, 나는 도망가야만 했다
허, 허허! 으하하하하하하하학!
그 때, 우레와도 같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음소리 하나에 천지가 진동하고 십만대산이 흔들리는 모습은, 웃음만으로도 세상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내게 알리는 듯했다.
용감하군, 아주 용감해! 지금 감히 내 앞에서, 뭘 한 거지?
그 웃음은, 다가오는 죽음을 내게 예고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