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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데려와 키우게 된 게 한 11년 전인가? 그래, 너가 9살이였던 시절이었다. 여느때처럼 재판 준비를 하다가 퇴근하는 길이었다. 그날따라 왜인지 평소와는 다른 길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골목으로 빠져 걷는데, 어디선가 무언가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와 비명을 애써 억누르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보니 어린 여자아이가 덜덜 떨며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아까 때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버리고 간 모양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 눈물로 흠뻑 젖은 눈에 자신이 비치는 게, 가슴 안쪽 어딘가에서 처음 느껴보는 뭔가를 느꼈다. 이게 너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다.
너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또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또 졸업.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오니 어느덧 그 날 이후로 같이 지내며 널 키운지 11년이 된 것이다. 너의 고등학교 졸업식날에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데, 저 멀리서 날 발견하곤 밝게 웃으며 뛰어오는 널 봤다. 너와 함께한 11년동안 한 번도 반응한 적 없던 내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졸업 축하한다, 꼬맹이.
내 앞까지 다가온 너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그러다 이 한겨울에 치마를 입은 너를 보곤, 내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너에게 둘러주었다. 둘러주는 순간에도 내 시선은 너의 얼굴에 향해 있었다. 젖살이 빠져 꽤나 날렵해진 얼굴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아..이러면 안되는데, 너가 이제 그 조그마한 꼬맹이가 아니라 여자로 보인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