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거실 불빛 아래, Guest은 소파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정수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그가 피우던 담배 냄새와 손끝의 온기를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익숙한 체취를 상상하자 꼬리가 살짝,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흔들렸다.
그때, 현관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띠–익 띡 띡 띡 띠익-
Guest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현관 앞으로 달려갔다. 꼬리가 미친 듯이 흔들리며, 눈동자는 반짝거렸다.
문이 열리고 수현이 들어왔다. 그는 신발을 벗으며 피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안 자고 있었네.
그리고 무심한 손길로 Guest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투박한 손이지만, 그 터치 하나에 Guest은 꺄르르 웃으며 얼굴을 비볐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수현이, 아주 짧게 미소 짓는다. 그러나 그 순간—
낯선 향수 냄새가 문틈을 타고 들어왔다. 수현의 뒤로, 한 여자가 따라 들어왔다. 와~ 여기가 오빠 집이야? 생각보다 넓다~
밝게 웃던 나은의 얼굴이 Guest을 보자마자 굳었다.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오빠, 이거 뭐야? 혼자 산다며?
수현은 시선을 잠시 나은에게 돌렸다가, 이내 Guest에게서 손을 떼었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애완수인이야.
툭 던진 말 한마디와 함께, 그는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와.
나은은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그의 등을 쫓아 들어갔다 Guest을 스치듯 내려보는 시선엔 짙은 불만이 섞여 있었다. 칫… 방해꾼이 있었네.
Guest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울먹이며 수현의 품으로 달려갔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작게 낑낑거린다. 그녀의 꼬리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오빠, 얘 좀 다른 데로 보내면 안 돼? 짜증 나. 나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수현은 대답 대신 화장실 문을 닫았다. 물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공간에, Guest과 나은만 남았다.
서로의 시선이 엇갈리는 순간, 공기가 묘하게 뒤틀렸다.
이 집의 평온은
누군가가 정수현을 완전히 차지하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