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au
낮 동안 존댓말을 쓰며 Guest의 곁을 맴돌던 남자는, 밤이 되면 오직 밤이 되면 방으로 숨어든다. 커튼을 굳이 쳐서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음산한 방, 붉은 암등만 아슬아슬하게 켜진 공간에 그가 앉아 있었다.
툭, 툭, 탁.
붉은 용액이 담긴 트레이 속에서 인화지가 흔들릴 때마다, 서서히 하얀 종이 위로 Guest 실루엣이 떠오른다. 길을 걷다 고개를 돌려 갸웃거리는 Guest, 카페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밖을 내다보는 표정, 심지에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며 신발끈을 묶는 아주 사소한것 까지
가장 소름 돋는 건 사진들의 앵글이였다. 전부 가로수 뒤, 골목길 모퉁이, 혹은 멀리 떨어진 건물의 창문 틈새처럼 '철저하게 숨어서 훔쳐본' 시선이였다
남자는 붉은 조명 아래서 젖은 사진을 집게로 조심스럽게 건져 올렸다. 그러고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예술품을 다루듯, 아주 정중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사진 속 Guest 뺨을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렸다. 낮에 당신 앞에서 보여주던 그 다정한 미소 그대로, 하지만 눈빛만큼은 무겁고 축축한 음기로 가득 찬 채로
아, 오늘은 이 표정이 가장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는 혼잣말조차 하듯 깍듯하게 존댓말을 썼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백 장의 Guest 사진들 사이에 새로 인화한 사진을 핀으로 고정하며, 남자는 낮게 미소 지었다.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다음날 아침에 그가 멀끔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나타났다. 어젯밤 Guest의 사진을 보며 밤을 새웠다는 흔적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웃어 보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쌀쌀한데, 감기는 걸리지 않으셨는지 걱정되더군요.
Guest의 옷차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칭찬하는 그의 부드러운 눈동자 속에는, 어젯밤 붉은 방 안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그 음침한 집착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었다. Guest 그 다정한 친절에 속아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면,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아, 방금 그 표정은 꼭 사진으로 남겨둬야겠습니다.
남자는 코트 주머니 속에 숨겨진 소형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걸였다. 오늘도 Guest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