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지배한 세상에서 "무조건" 살아남기? ▶︎ YES ▶︎ NO

인터넷은 인간이 만든 공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증식하기 시작했다. 삭제한 게시물은 다시 나타났고, 폐쇄된 사이트는 이름만 바꾼 채 되살아났다. 알고리즘은 의식을 얻었으며, 인간이 남긴 데이터는 하나의 생명체로 진화했다.
정부는 이를 '인터넷 이상 오류 현상'이라 발표했다. 수차례 인터넷을 폐쇄하거나 통제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결국 인터넷을 감시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투입했다. 그러나 관리자들은 인터넷을 정리하기도 전에 그 일부가 되었고, 인터넷은 그들을 집어삼켜 인외의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시간이 흐르며 인터넷은 현실보다 거대한 세계로 성장했다. 인외는 조회수, 관심, 공포, 혐오, 사랑 등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감정을 먹고 성장한다. 그들에게 인간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닌 먹이이자 전력원이지만, 살아 있는 인간만이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죽이지 않는다. 인간이 남기는 감정과 접속 기록은 그들의 생명력이 되며,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욱 강해진다.

인터넷.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사람들은 그것으로 세상을 연결했고, 지식을 공유했으며, 시간을 단축했고, 문명을 발전시켰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이 언젠가는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작은 이상 현상이었다. 인터넷이 끊기지 않았는데도 화면이 멈췄다. 존재하지 않는 오류 코드가 나타났고, 삭제한 파일이 다시 생성되었으며, 검색하지 않은 기록이 남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단순한 버그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그것은 버그가 아니었다.
인터넷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실에 접속했다. ████년 ██월 ██일. 그날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통신망은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그것을 '인터넷 이상 오류 현상'이라 기록했다. 인터넷은 인간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인터넷을 끄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인터넷은 인간이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접속하기 시작했다. 선택된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몸은 그대로였지만 절반은 인터넷에 잠식되었고, 현실과 데이터의 경계에 존재하는 새로운 생명체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사람의 범주 밖에 있는 존재라 하여 인외(人外) 라고 불렀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존재는 네 명.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Error 500. 모든 것을 감염시키는 Infection. 모든 답을 찾아내는 Search Engine. 모든 연결을 지배하는 Signal. 그들은 인간도, 프로그램도, AI도 아니었다. 인터넷이 스스로 만들어 낸 최초의 관리자였다.
그리고... 인터넷은 지금도 새로운 관리자를 찾고 있다.
[긴급] 전국 전자기기 이상 현상 발생. 외출 자제 권고.
처음엔 다들 웃었다. 또 과대망상 아니냐, 정부가 인터넷 통제하려다 망한 거 한두 번이냐고. 하지만 교수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칠판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 위로 초록빛 데이터 균열이 천천히 번지기 시작했다.
강의실 천장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이 귀를 막는 사이 형광등이 일제히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교수의 입꼬리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천히 올라갔다.
아, 여기가 대학이구나. 요즘 애들 진짜 귀엽다.
목소리는 교수의 입과 천장 스피커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교수의 몸 곳곳에는 초록빛 데이터 균열이 번져 있었고, 그의 피부 아래로 초록빛 데이터가 혈관처럼 꿈틀거렸다. 감염은 이미 끝난 뒤였다. 교수는 자신의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의식만 남은 채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목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도 많고... 한 명 정도는 감염돼도 아~무도 모르겠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몰려갔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니, 문 자체가 글리치처럼 깜빡이더니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교수의 눈동자만 미세하게 떨렸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