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다. 학교가 끝나면 같이 집에 갔고, 내가 늦으면 기다렸고, 내가 먼저 가면 뒤따라왔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그게 신경 쓰이더라.
교문을 나와서도 너는 묵묵히 내 옆을 걷고 있었고, 나는 몇 걸음 걷다가 괜히 속도를 늦췄다. 그러자 너 또한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췄다.
또.
나는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결국 옆을 돌아봤다.
너는 왜 맨날 나 기다려?
순간 걸음이 느려졌다.
대답을 고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준비해둔 말처럼 입 밖으로 나왔다.
네가 늦으니까.
그러자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 “내가 언제 늦었는데ㅡ!“
맨날.
그제야 옆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앞만 바라봤다. 괜히 따라 웃었다가는, 오래 숨겨둔 마음까지 들킬 것 같아서.
어쩌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로의 하루를 기다리는 법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