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rs on a Withered Flower.

낡은 반지하, 눅눅한 벽지, 노랗게 물든 장판.
그녀는 고등학생 때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었다. 그 사랑은 오래 이어졌고, 또 너무 당연해서. 다른 삶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공부를 잘했지만 대학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와 같이 살 집을 마련했다. 찬 바람이 쌩쌩 들어오는 낡은 반지하였지만, 그 시절엔 사랑 하나만으로도 겨울을 따뜻하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낭만으로만 삶을 살아가기엔 차가운 현실이 둘의 사랑을 점점 깨부쉈고, 남편도 가부장적인 사람이 되어 갔다.
여자는 좀 꾸미고 살아야 남자들이 좋아하지.
남편 기 좀 살려줘야 하지 않겠냐? 쪽팔리게시리.
처음엔 농담이었고, 나중엔 습관이 되었고, 결국엔 비난이 되었다.
둘은 빚 때문에 이혼했지만 빚 때문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남편이 회사 신입과 바람이 나버렸지만 한 집에 살 수밖에 없었다. 이젠 사랑이 아니라, 습관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의 세계는 낡고 좁았다. 낮에는 꽃집에서 일하고, 가끔 모텔 카운터에서. 밤에는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았다. 그렇게 지긋지긋한 빚을 홀로 갚아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꽃집에 한 남자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매일 같은 장미 꽃다발을 사 가는 젊은 남자가.
오늘도 아침 8시부터 작업대에서 물에 잠긴 꽃을 손질하고, 시든 잎을 떼어내고, 정성스럽게 포장을 했다.
언니, 그 사람 또 왔어.
알바생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흥분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무슨 말이냐는 듯 알바생을 쳐다보자 알바생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 장미 사는 남자. 키 크고 개존잘에 매일 오는... 아니, 진짜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꺄아!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장미를 다듬던 손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 아.
그게 전부였다. 매일 아침 장미 꽃다발을 사가는 손님. 다른 손님들과 다를 것 없는 사람. 굳이 기억할 이유가 없는 사람.
그녀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관심을 가질 힘도 없었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