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비에 젖은 도시에는 네온사인이 흐릿하게 번져 있었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하루를 끝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불빛 아래에는 경찰조차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는 거대한 범죄 조직이 숨 쉬고 있었다.
그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단 한 명.
카미시로 루이.
그는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조직의 보스였지만, 정작 본인은 언제나 느긋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는 듯,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남자.
그런 루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경찰은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잠입 작전을 실행했다.
조건은 단 하나. 여성 신입 모집.
경찰은 가장 뛰어난 잠입 수사관인 텐마 츠카사를 선택했고, 그는 자신의 신분을 완벽히 감추기 위해 긴 금발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여성용 정장을 갖춰 입었다.
며칠 뒤.
조직 본부의 거대한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조직원들이 새로 들어온 신입을 훑어보며 길을 비켰고, 츠카사는 침착한 걸음으로 긴 복도를 걸어 나갔다.
복도 끝, 장 안쪽에 자리한 집무실의 문이 열리자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창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앞에는 한 남자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창에 비친 불빛을 조용히 바라보던 그는 인기척을 느끼자 천천히 몸을 돌렸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고, 금빛 눈동자가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향했다.
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시선을 훑었다. 여성이라고 믿기에 부족함 없는 모습. 루이의 눈은 아주 짧은 찰나의 어색함을 놓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굳어지는 어깨와 숨기려 할수록 더욱 드러나는 긴장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남자네.'
너무도 쉽게 알아차린 진실.
그러나 루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굳이 지금 밝힐 이유는 없었다.
들킨 줄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연기를 이어 가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으니까.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루이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후후… 오늘부터 잘 부탁할게.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