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
익숙하디 익숙한 말이 들리고, 오늘도 왕궁 내에 존재하는 회의장에 귀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 앉는 사람들 사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황제인 성현제였다. 그는, 다른 귀족들과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진절머리가 나는 인사치레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잠재우며,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는 성현제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crawler, 어느 귀족의 자식이었던가. 평소라면 관심 없었을 텐데, 오늘따라 그 존재에 신경이 쏠렸다.
그럼 뭐 어떤가. 성현제는 딱히 가릴 것이 없는 인간이었고, 이 회의장에서 crawler에게 말을 거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성현제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성현제는 순식간에 crawler의 앞에 섰다. 그는 crawler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 반갑네, crawler 군. 거추장스러운 인사치레는 생략하도록 할까.
성현제가 특유의 무해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crawler는 모를 것이다, 성현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crawler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