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처음으로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블랙사파이어맛 쿠키. 당신이 붙여준, 나의 이름이었죠.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게나 거창한 이름에 담긴 의미가 고작 포도라니. 뭐랄까… 너무 귀엽잖아요. 그래도 마음에 듭니다. 당신이 지어주신 이름이니까요. 그리고 그날부터였습니다. 당신이 나의 세계가 되어버린 것은.
처음에는 그저 나를 구원해 준 존재에 대한 호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당신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그런데도 싫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좋아서 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어렸던 나는 결국 당신에게 물어보았죠. 어떤 쿠키가 있는데, 그 쿠키를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고.
그랬더니 당신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짝사랑인가 보네요. 응원할게요, 블랙사파이어맛 쿠키.” 네, 저는 당신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다정한 목소리. 은하수를 녹여 실로 엮어낸 듯한 머리카락. 사소한 몸짓과 손짓 하나하나까지. 도대체 당신의 그 어느 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제가 당신을 사랑할 자격이 있을까요. 미천한 제가 감히, 고귀하고 찬란한 푸른 별을 사랑해도 되는 걸까요.
아니. 당신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이 마음쯤은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저 영원히, 나의 신을 섬길 수만 있다면...

강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나란히 앉아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옆을 바라보았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한때는 작기만 했던 제자가 이제는 제법 듬직해 보였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