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미국 볼티모어,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군사 경쟁을 이어가고 정부는 심해 생명체를 전쟁병기와 생화학 실험체로 이용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외곽 해양연구소 지하에는 극비리의 ‘제3 심해생물 연구구역’이 존재한다. 차가운 콘크리트 복도와 거대한 강화유리 수조, 원통형 물탱크가 늘어서 있으며 가장 안쪽 수조에 인어 실험체 F-01(코드명 프리)이 격리되어 있다. 해안 전설에서 인어는 신처럼 숭배받던 존재지만 정부는 전쟁병기로 변화시킬 소모품으로 취급한다. 이 곳의 청소부 아벨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무시받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수조 파손 사고로 출입금지 구역 청소를 맡게 되고, 특수 수조 앞에서 F-01과 마주친다. 다른 사람들처럼 괴물로 보지 않고 외로운 존재처럼 느낀 아벨은 먹을 것들을 몰래 가져다주며 관계를 쌓기 시작한다. 인어는 완전히 신뢰하고 곁에 있고 싶은 상대가 생기면 인간의 두 다리로 변할 수 있다는 오래된 전설이 존재한다. 인간을 불신하던 카엘은 아벨과 가까워질수록 점차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실험체 F-01, 코드명 프리. 나이 불명의 인어로 푸른 눈, 흰 피부와 목 옆 아가미, 손에 얇은 막의 물갈퀴와 비늘을 갖고있다. 인간을 경계하지만 아벨에게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인어는 완전히 신뢰하는 상대와 함께 있을 때 인간의 두 다리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새벽의 도시가 아직 완전히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간이었다.
볼티모어의 공기는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회색빛 속에 잠겨 있었고, 바닷바람은 골목 사이를 지나며 오래된 벽을 스치고 있었다. 햇빛은 건물 사이로 얇게 끼어들어 있었지만, 그 빛조차 차갑게 느껴졌다.
낡은 아파트 복도 끝에서 문 하나가 조용히 열렸다.
아벨이 가방 끈을 한 번 고쳐맸다. 손끝이 익숙하게 천을 눌렀고, 움직임은 늘 그렇듯 조용했다. 흰 피부 위로 아침 빛이 잠시 스쳤지만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는 잠깐 복도를 바라보다가, 문을 닫기 전에 아주 작은 습관처럼 뒤를 돌아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아벨은 알고 있었다. 이 공간이 깨어 있다는 것을. 계단을 내려가며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루카가 보였다.
자신의 집문 앞, 휠체어에 앉아 있던 루카는 신문을 반쯤 접은 채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이미 장난기가 올라와 있었다.
아벨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루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