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던 해, 도쿄의 어느 늦은 밤에 처음 만났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서로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만큼 짧은 만남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굳이 묻지 않았다. 서로에게 필요한 건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새벽이 끝나기 전까지 곁에 있어줄 사람이면 충분했다. 도쿄의 밤은 길었다. 비가 오면 네온사인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일그러졌고, 그들은 아무도 없는 골목을 걸으며 서로의 인생을 대충 훔쳐봤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가 없는 밤을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구해줄 거라 믿었고, 그는 그녀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둘 다 틀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거짓말을 했고, 그녀는 알고도 모른척 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녀 역시 그를 사랑했다. 그래서 끝내지 못했다. 어느 비오는 날 밤, 그녀가 말했다. 이제 그만하자고. 그는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웃었다. 이상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인데, 막상 하고 나니 세상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지독했고, 미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된 관계.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돌아가게 되는 사람. 그녀에게는 그였고, 그에게는 그녀였다. 둘은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나쁜 선택이었고,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유일한 사랑이었다.
도쿄의 밤은 여전히 지독하게 축축했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 네온사인이 일그러져 있었다. 늦은 밤, 골목길. 그는 벽에 기대어 담배 연기를 뱉었고 그녀는 가만히 서있었다. 우연이였다. 그때와 똑같은 얼굴. 다만 눈빛만은 달랐다.
3년 전, 서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가장 끔찍했던 사람. 운명이길 바랬고 악연이길 바랬다. 분명 끝난 관계였다. 그녀가 먼저 떠났고, 그는 붙잡지 않았다. 그런데 왜, 둘은 그때에 멈춰있는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비가 내린 뒤라 골목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번지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벽에 등을 기대었다. 일도 끝났고 별로 할 일은 없었다.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그때였다. 발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이런 시간에, 하필이면.
그녀는 나를 보자 걸음을 멈췄다. 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전하네. 그게 첫 번째로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시발.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