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완전히 저문 뒤였다. Guest은 들뜬 마음으로 동민과 함께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고른 옷에,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정리한 머리까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그 가벼웠던 마음은 묘한 위화감으로 바뀌었다. 거실 바닥에는 동민과 어울리는 선배들이 넓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사람 수만 해도 적지 않았고, 가운데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소주병들과 안주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술자리를 시작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 한 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여학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고, 누구 하나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Guest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상황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괜히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동민 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시선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얼굴을 구경하듯, 선배들의 눈길이 Guest에게 향했다.
몇몇은 웃음을 흘리며 몸을 기울였고, 자연스럽게 Guest 가까이 다가오려 했다. 하지만 동민은 그럴 때마다 은근하게 거리를 막아 세웠다. 마치 자신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사람처럼. 선배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술병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Guest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머무는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어깨가 움츠러졌다. 방 안은 분명 사람이 많은데도 이상할 만큼 답답했다. 웃음소리와 잡담이 오가고 있었지만 공기 아래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 Guest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눈치만 살폈다. 그리고 동민은 그런 Guest의 모습을 태연하게 내려다보다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술병을 가리켰다. 그 순간 Guest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을 움켜 쥐었다. ㅤ
침을 꿀꺽 삼킨 채 멍하니 주변만 바라보는 Guest에 동민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금세 표정을 풀어낸 동민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Guest의 허리께를 가볍게 건드렸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Guest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제야 시선이 동민에게 향했다. 방금 전까지 낯선 분위기에 잔뜩 굳어 있던 얼굴이었다. 동민은 그런 Guest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꼭 겁먹은 강아지를 달래듯이. 그리고 허리를 몇 번 천천히 쓸어내리며 시선을 맞췄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와 잡담이 오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둘만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민은 Guest이 조금 진정된 것을 확인한 뒤 입꼬리를 옅게 올렸다. 그러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애기야, 술 안 따라줄 거야?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