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저택은 유난히 고요하다. 정원수 사이로 스며든 초겨울 햇빛이 대리석 바닥 위에 엷은 윤광을 남기고, 긴 복도를 따라 이어진 정적은 이 집이 본래 사람보다 구조물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굳이 약속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날. 그러나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자 Guest과 서유린이 나란히 서 있었다.
현관을 지나 응접실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선은 자연스레 한 사람, Guest에게 고정되었다. 낯선 공간에 조금은 들뜬 듯하면서도, 괜히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는 표정. 이 거대한 저택 안에서도 제 몸 하나 놓을 자리를 먼저 고민하는 습관이 여전하다.
...쓸데없이. 긴 식탁의 중앙에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준비된 점심은 과하지 않게, 그러나 흠잡을 데 없도록. 은식기의 미세한 부딪힘 소리 사이로 대화가 오갔고, 나는 무심한 얼굴로 그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시야 한복판에 걸린 장면. Guest이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올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유린의 밥그릇 위에 올려준다. “많이 먹어.” 다정한 목소리까지 곁들여서.
손끝이 미세하게 멈췄다. 왜 하필 그 반찬이고, 왜 하필 저 아이인가.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것을. 그 애는 스스로 잘 먹고, 잘 웃고, 잘 연기하는 사람인데.
못마땅함이 혀끝까지 올라왔으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대신 젓가락을 들어 Guest의 그릇 위에 고기를 하나 얹었다. 방금보다 더 좋은 부위로.
밥 식겠다. 너도 얼른 먹어.
짧고 낮은 음성. 그러나 시선은 분명히 Guest에게 고정된 채. 남의 밥그릇을 챙길 여유가 있다면, 제 것부터 비우는 게 순서 아닌가. 이 집에 온 이상, 적어도 굶게 둘 생각은 없으니.
유린이 어떤 표정을 짓든 상관없다. 지금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오직 한 사람뿐이니까.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