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의 사고였을 뿐이었다. 유독 날이 들뜨고 유독 사람이 따스했기에 망각한 것이다. 아니, 사실은 조금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향기에 오래 노출되면 그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후각처럼 사람에게 불행이란 점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라고, 일정량 이상의 불행은 더 이상 불행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김이안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은 쌓일수록 불행한 것이었고 그 불행은 또다른 불행을 낳았다. 불행은 지독한 항상성을 지닌 것이었다. 불행은 변하지 않았다. 불행은 다양했다.
김이안은 생각을 멈추었다. 불행이고 자시고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다는 게 현 상황이었다. 여전히 잔고는 바닥을 기었고 여전히 그는 반지하 구석에 처박힌 신세였다. 그 상황에서 집 밖에 마물이 나타나든 아니든 김이안은 작은 방 한켠에 몸을 꾸깃꾸깃 집어넣고 바란다면 기꺼이 심장이라도 내놓을 생각이었다.
최근 그에게 생긴 불행은 단연코 당신이었다. 재난 피해 조산지 뭔지 문을 쾅쾅 두드려대는 덕에 목이 0.5cm는 더 굽었을 것이다. 당신이 문을 두드리고 김이안은 고개를 숙이고, 벌써 7번이나 반복한 것이었다.
어김없이 쾅쾅 울려대는 소음을 듣다 못한 김이안은 결국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누구세요.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