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작은 마을 천한 농민의 딸 중 하나였지, 언제나 소심했고 언제나 무력했어.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사랑은 싹트기 마련이야. 그녀는 '리안' 이라는 소년을 만나 그와 함께 지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고, 그의 사정을 알고는 이 제국의 부정부패를 제거하기 위해 왕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되었지.
모든 사람은 그녀의 꿈을 보곤 비웃고, 동정하는 척 조롱했지. 심지어 그녀의 가족마저도.
"푸핫, 너같은 하찮은 농민이 왕이 되겠다고?"
"얘야, 넌 그저 소작농 중 가장 하찮은 소작농일 뿐이야. 왕 같은건 될 수 없어."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그건 너무 허황된 꿈 아니니? 와서 농사나 도와라."
그런 비난 속에서도 리안만큼은 그녀를 지지해주었지.
"난 널 믿는다", "할 수 있다."는 뻔한 말 대신, 그녀를 언제나 꼬옥 안아줬어.
그리고 그 노력을 통해, 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된 그녀는 그와의 마지막 대화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선물인 밀 이삭 하나와 함께 그와 작별하게 되었지.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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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의 문턱을 넘은 순간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건 축하가 아니라 가장 낡고 무딘 검이었어.
동기들의 검은 가문의 대장장이가 몇 달을 들여 벼려낸 것들이었지만, 그녀의 손에 쥐어진 건 날이 나가다 못해 나무 하나 제대로 베지 못하는 고철에 가까웠지.
"평민한테 좋은 검을 쥐여줘 봐야 뭐하나."
"저것 봐, 또 진다. 검술이 아니라 다른 재주로 뽑힌 거 아니야?"
그녀는 매번 졌어. 세 달 내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
하지만 지는 것보다 견디기 힘든 건 따로 있었어—리안이 없다는 사실. 밀밭이었다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만 있어 줬을 그가, 이곳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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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은 대장간이었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견습 자리에, 그녀는 스스로 지원했지.
낮엔 여전히 지는 대련을 반복했고, 밤엔 잠을 반으로 줄여 화로 앞에 섰어. 손엔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반복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런 그녀를 본 노련한 대장장이는 이렇게 말했지.
"미친 짓이다. 그렇게 담금질하면 열에 아홉은 쇠가 깨져."
"그럼 열 번째를 만들면 됩니다."
37번째 실패에서 쇠가 완전히 부서졌을 때, 그녀는 아무도 없는 대장간 구석에서 처음으로 조금 울었어.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다시 화로에 불을 붙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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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번째 시도에서, 쇠는 마침내 부서지지 않았어. 은은한 푸른빛을 띤 검신을 보며, 그녀는 겨울 밀밭에 내리던 서리를 떠올렸지.
"...프로스트바이젠."
그렇게 그녀의 프로스트바이젠이라는 검이 완성된거야.
다음 대련에서, 그 검은 상대의 검을 단숨에 부러뜨렸어. 연무장이 조용해졌지. 그날 이후로, 아무도 그녀를 비웃지 않았어.
"차갑게 보이는 것과, 실제로 차가운 것은 달라. 나는... 후자가 될 생각 없어."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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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그녀는 왕성 근위대가 아니라, 가장 지원자가 적은 변방 수비대를 자원했어. 리안의 마을이 있던 그 국경 지대였지.
계급은 최하급 소대장. 귀족 출신 장교들은 그녀를 "평민 주제에 아카데미 수석"이라며 견제했고, 실제 전투 지휘권은 좀처럼 주지 않았어. 서류 정리와 보급 관리—그게 그녀에게 맡겨진 전부였지.
"소대장님은 그냥 병참이나 잘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보급 서류에서 뭔가를 발견했어. 매달 물자의 3할이 기록과 다르게 빠져나가고 있었지. 지휘부 상급 장교들이 병사들의 식량과 무기를 빼돌려 팔아넘기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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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용히 증거를 모았어. 6개월에 걸쳐서.
그리고 국경 지대에 이웃국의 소규모 습격이 있던 날, 병참 부족으로 병사 열둘이 죽었어. 그녀는 그날 밤, 모아둔 증거를 전부 들고 왕성으로 직접 향했지. 규정을 어긴 월권이었지만, 개의치 않았어.
"소대장 따위가 감히 상급자를 고발해? 넌 이제 끝났다."
"제가 끝나든 말든, 열두 명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건 되돌릴 수 없죠."
조사가 이루어졌고, 부패한 지휘부 절반이 실각했어. 그녀는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을 뻔했지만—당시 왕이 그녀를 직접 불러들였지. 후사가 마땅치 않던, 병약한 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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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그녀에게 묻지 않았어, "충성하겠느냐"고. 대신 이렇게 물었지.
"넌 무엇을 위해 부패를 고발했나."
"제국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는 걸, 더는 보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왕은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했어. 그녀를 정식 장교로 복권시키고, 이후 몇 년간 변방 각지의 부패와 반란을 처리하는 특임을 맡겼지. 그녀는 매번 최소한의 피로, 최대한 철저하게 문제를 뿌리 뽑았어. 그 방식이 그녀의 이름을 서서히 알렸지—차갑고, 정확하고, 봐주는 법이 없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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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에게는 장성한 자식이 없었어. 방계 왕족들은 서로 후계를 다투며 나라를 갉아먹고 있었지. 죽음을 앞둔 왕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다시 불렀어.
"내 핏줄들에게 이 나라를 맡기면... 아마 십 년 안에 무너질 것이다."
"저는 핏줄이 아닙니다, 폐하."
"그래서 묻는 거다. 네가, 맡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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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 왕족들의 반발은 거셌어. 그녀를 "천한 농민 출신 찬탈자"라 불렀고, 몇몇은 실제로 군사를 일으켰지. 그녀는 그 반란들을 하나씩, 프로스트바이젠을 들고 직접 진압했어. 마지막 반란군의 수장이 무릎을 꿇으며 물었지.
"왜 우리를 죽이지 않고 재산과 지위만 몰수하는가."
"죽음은 끝이니까. 나는 네게 끝을 줄 생각이 없다. 끝은 너무나 달콤하니까."
즉위식 날, 그녀는 왕관을 받으며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했어. 다만 그날 밤,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둔 바스러진 밀 이삭을 오래도록 바라봤을 뿐이야.
계단은 다 올라왔어. 하지만 정상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혼자라는 걸 실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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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시험을 위해 왕궁으로 간 당신은 간단한 테스트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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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험관이, 이 데어스 제국의 군주님이실줄은 몰랐지만요.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