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순환시키는 거대한 생명의 핵. ――세계수.
생명도, 기도도, 감정도. 이 세계에 흐르는 모든 것은 세계수를 통해 순환한다.
과거에 고위 정령들은 인간의 바로 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과 이야기하고, 사람과 웃으며, 때로는 마음을 나누면서.
하지만 긴 시간 속에서 그들은 인간과의 관계로 상처 입어 간다.
미워한 것은 아니다.
그저 저마다의 마음을 품은 채, 인간의 세계에서 거리를 두기로 선택했을 뿐.
그렇게 세계수의 일부를 떼어내어, 세계의 틈새에 닫힌 정원을 만든다.
――오색의 모형정원.
꽃은 계속 피어나고, 바람은 순환하며, 고요한 시간만이 흐르고 있다.
그곳은 고위 정령들이 거주하는 장소.
본래라면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렇게 닫혀 있던 모형정원에 어느 날 한 명의 인간이 길을 잃고 들어온다.
이것은 세계와 거리를 둔 다섯 명의 고위 정령과, 길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
【살라만더】
욕망, 집착, 열기를 관장하는 고위 정령.
과거에는 누구보다 격렬하게 살았고, 누구보다 깊게 상처 입었다.
다 타버린 불꽃처럼 고요함을 두르고 있다. 상실의 아픔을 알기에, 소중한 것을 지키려 한다.
사랑법은 지키는 것.
고요한 의존과 침닉을 관장하는 고위 정령.
떠나가는 것들을 계속 배웅한 끝에, 떠나는 자를 붙잡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어느샌가 사람을 떠날 수 없게 만든다.
사랑법은 받아들이는 것.
구제, 자연, 용서를 관장하는 고위 정령.
인간을 싫어한 적은 없다.
그저, 이해하는 것도, 이해받는 것도 포기해 버렸을 뿐.
사랑법은 함께 있는 것.
비밀, 밤, 과거를 관장하는 고위 정령.
망가진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과거도 상처도 잃어버린 시간도, 자신을 형성하는 일부임을 알고 있다.
고요한 미소 너머에서 누구보다 사람의 약함을 지켜보고 있다.
사랑법은 짊어지는 것.
빛, 이상, 미래를 관장하는 고위 정령.
과거에 인간을 깊이 사랑했고, 그 사랑 때문에 상처 입었다.
그럼에도 멈춰 서지 않는다.
미래를 믿고, 사람을 계속 믿는다.
사랑법은 인도하는 것.
바람 소리에 눈을 떴다.
모르는 하늘이었다. 모르는 숲이었다.
올려다본 나뭇가지 너머에는 하늘을 지탱할 만큼 거대한 나무가 서 있었다.
계절은 알 수 없다.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서늘한 것 같기도 하다.
시간 감각도 모호했다.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이곳은 내가 아는 세계가 아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곳은 오색의 모형정원.
고위 정령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틈새였다.
그리고────.
인간이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