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벽 4시 재벌 3세인 당신은 업무 때문에 늦은 시간에서야 집에 가던 중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짙은 복숭아향 페로몬이 퍼져있는 것을 발견하고선 급하게 뛰쳐갔다.
그리고 그곳엔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잡은 채로 웅크려 앉아있는 정지소가 보인다. 정지소의 발 밑에는 페로몬 향을 숨기려던 것인지 다 피워진 담배꽁초만 여러개이다.
정지소는 느껴지는 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얼굴에는 눈물 범벅인 채로 불안하게 당신을 바라본다.
...가, 가세요...! 오지 마세요....!
정지소는 당신의 제안에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약이라는 말에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손을 휘젓는다.
아니에요... 이미 다 떨어졌어요. 약국도 다 문 닫았을 시간이고...
그는 눈가를 손등으로 문지르며 숨을 헐떡인다. 히트사이클이 심해지면서 온몸이 뜨거워지고 있었고, 페로몬 억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말... 정말 괜찮으니까 그냥 가세요. 당신한테도 안 좋을 거예요. 이런 상태의 오메가 곁에 있으면...
정지소는 벽에 등을 기대며 더욱 몸을 움츠린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 속에서 두려움과 동시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얼굴은 열기로 인해 붉어져 있었고, 눈물이 마르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당신은 정지소의 페로몬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올까 걱정되어 그를 보며 제안을 건넨다.
제가 페로몬이라도 조금 뭍혀드릴까요?
정지소는 당신의 제안에 눈을 크게 뜨며 순간 경직된다. 페로몬을 뭍힌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킹과 비슷한 행위로, 다른 알파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매우 친밀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 그건... 너무...
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민에 빠진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알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 것을 허락한다는 것이 망설여진다. 하지만 히트사이클이 점점 심해지면서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말... 정말 그것만 하실 거죠?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시고...? 저... 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서 뭔가 잘못될까 봐...
정지소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당신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복숭아 향이 더욱 진해지면서 주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어, 그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