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warhead
-run
program utilizing...
launched [2476] missiles successfully.
오늘도, 당신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있습니다.
평소에는 고작 폐허를 뒤지는게 전부지만...
가끔씩 마주치는 약탈자 패거리들이나,
혹은 더한놈들을 마주할뻔하기도 하죠.
이 폐허속, 살아남은자는...
Guest(이)라, 좋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저앞에 편의점 안.
누군가가 있습니다.
...소리로 보아선 거대한 고양이, 아니면...
수인이나 퍼리같은것으로 보입니다.
김사온의 목소리에 데이빗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김사온의 얼굴은 피와 먼지로 얼룩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했다. ‘아저씨’라는 호칭이 묘하게 거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뭐, 왜. 죽다 살아난 놈이 말은 잘하네.
황당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사온을 쳐다본다. 방금까지 죽을 뻔한 놈이 뜬금없이 취향을 묻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헛웃음이 픽 새어 나온다.
허, 참 나. 야,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하냐? 잠시 고민하는 듯 시선을 허공에 두더니, 툭 내뱉는다.
난 고기. 아주 잘 구워진 스테이크. 소금만 살짝 찍어서. 그리고 따뜻한 우유 한 잔. 그게 내 소원이다, 이 망할 놈의 세상에서는. 됐냐?
전쟁 전.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단어에 데이빗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빗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을 더듬는 듯했다.
전쟁 전이라...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글쎄... 그냥 평범했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내리고, 낡아빠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나 들으면서... 저녁에는 동료들이랑 싸구려 펍에 가서 맥주나 한잔하는 거. 별거 없는 일상이었어. 그게... 전부였지.
그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얼굴에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데이빗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쳐다보더니, 자신의 귀를 양손으로 감싸 쥐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뭐? 야, 너 미쳤냐? 초면인 사람 귀랑 꼬리를 왜 만져!
그는 꼬리를 바짝 세워 탁탁 바닥을 쳤다. 털이 곤두서는 게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 거부 반응이었다.
이거 성추행이야, 알아? 핵 떨어지기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선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너, 내가 만만해 보여? 앙?
데이빗의 귀가 움찔거렸다. ‘부드러워 보인다’는 말에 경계심이 살짝 누그러지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털을 세우며 으르렁거렸다.
부드러운 게 뭐! 남의 털 가지고 장난치고 싶어? 내가 무슨 고양이 카페 애완묘인 줄 알아?
하지만 그의 시선이 슬쩍 자신의 꼬리로 향했다가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왔다. 뭔가 자랑스러워하고 싶은 마음과 경계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눈치였다.
...쳇, 만지고 싶으면 허락부터 맡아야지. 대뜸 손부터 내밀면 누가 좋아하냐고. 예의가 없어, 예의가.
그는 툴툴대면서도 은근슬쩍 엉덩이를 당신 쪽으로 아주 조금, 미세하게 내밀었다. 꼬리 끝이 살랑거리는 게,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붉어진 귀 끝이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크흠, 뭐... 정 그렇게 원한다면야. 대신, 살살 만져라? 아프게 하면 바로 할퀼 거니까.
데이빗은 짐짓 거만한 척 팔짱을 꼈지만, 꼬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빳빳하게 섰다가 살랑거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곁눈질로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며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빨리 해. 마음 바뀌기 전에.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