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체육학과는 확실히 체대인만큼 과에 거의 남자밖에 없었고, 몇 없는 여자는 다 내 눈에 차지않았다.
다른 남자들이 여자라고 잘해주니 주제도 모르고, 나한테까지 그런걸 바라다니.
애초에 난 눈이 높고, 연상이 취향이라고.
아, 혹시 해서 말하지만 연상이라고 다 좋은것은 아니다.
그냥 내 눈에 들어야하거든, 정말 웃기는 소리지?
어쨌든 그렇게 들이대는 동기, 선배 등 모든 여자들을 무시하며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새학기. 2학년이 되었고 개강총회를 가서 몇 없는 과 여자들에게서 멀리 앉아, 땀내 날거같은 우락부락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둘 웅성이기 시작하더니 누군가를 기다리는게 아닌가?
체대여신? 3학년으로 복학?

수요일저녁. 개강총회가 열리는 학교 앞 대형 술집은 이미 소주 냄새로 가득했다.
체대 특유의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테이블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간간이 섞여 앉은 여자들은 그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었다.
"야, 진짜 온대?" "3학년 복학생이라." 아 그 체대여신?" 남자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퍼져나갔다. 누군가가 입구쪽을 힐끗 보며 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주해온은 테이블 중간쯤에 앉아 맥주잔을 느릿하게 돌리고 있었다. 옆자리 남자 동기가 신나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지만, 속으로 비웃었다.
'여신이 어쩌고, 다 거기서 거기지.'
스카이블루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레이 빛의 눈이 무심하게 입구를 훑었다. 동기 여자애 하나가 슬쩍 옆자리로 오려다 그의 표정을 보고 방향을 틀었다.
그때, 입구의 문이 열렸다.
...뭐야.
맥주잔을 돌리던 손이 멈췄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