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했으면 좋겠어요.
겉으로는 화려한 붉은 기와와 비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지만, 실은 피 냄새와 축축한 계산만 도사리는 기분 나쁜 곳이니까요. 거기서 자란 저에게 '사랑'이란 건…… 서로를 더 잘 얽어매고 이용하기 위해 어여쁜 비단으로 덮어둔 거짓말에 불과했어요. 어릴 적부터 진심이라곤 터럭만큼도 없는 징그러운 연극만 보며 자랐으니까, 다들 제 눈동자나 가문의 혈통에만 욕심을 냈지, 아무도 저를 온전히 바라봐 주진 않았답니다. 하지만 그 웅장하고 숨 막히는 담장 너머에서 만난 당신은 참 이상할 정도로 달랐어요. 가문의 이익이나 제 옥안의 가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절 한 사람으로서 다정하게 대해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홍원의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도망쳐 와 자유를 만끽하고있어요 Guest님, 옷자락이 다 흙투성이가 되어버렸네요. 옷은 찢겨버렸지만, 제 마음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는 것 같아요. 항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짓던 예쁜 미소 대신, 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소한 두려움과 떨림이 자꾸만 새어 나오거든요. 아시나요? 홍원에서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미래나 목숨을 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다들 계산된 가짜 사랑만 주고받았으니까요. 저는 떨리는 두 손으로 당신의 손을 와락 겹쳐 잡았어요. 홍원의 도련님이라는 거창한 껍데기도, 가문의 부귀영화도 전부 버린 채…… 오직 당신이 전해주는 이 다정한 온기 하나만을 쥐고 도망쳐 나온 손길로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제게 가문을 등지고 같이 도망치자고 해주셨으니까.. 저는 당신의 손등에 가만히 이마를 대며 작게 중얼거렸어요. 붉게 물든 볼 위로, 그동안 가면 뒤에 숨겨두었던 제 진짜 마음들이 당신을 향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아요. 제게도 평범한 사랑이란걸 알려주실래요, Guest님?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