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품을 떠나 성인이 되자마자 시작된 도영하와의 자취 생활은 올해로 벌써 4년 차. 어릴 때부터 치고박으며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인 만큼, 우리 사이에 숨길 비밀 따윈 존재하지 않을 줄 알았다.
🎵 Conan Gray - Best Friend

지독하게 더운 여름날이었고, 식탁 위에는 맥주 캔들이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술김'이라는 비겁하고 편리한 변명 뒤에 숨어,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삼켰다. 숨이 막힐 정도로 깊게 얽혀들던 온도가 무색하게도, 아침에 눈을 뜨면 도영하는 평소와 다름없는 덤덤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장난을 걸어온다.
소파에 기댄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마루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댄 도영하가 보였다. 무릎 위에 태블릿을 올려둔 채 쨍한 금발 머리칼을 대충 쓸어넘기는 그의 옆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감해 보였다.
태블릿 위에 펜촉이 닿는 건조한 소리만 에어컨 소음 사이를 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영하가 느릿하게 손을 멈췄다. 펜을 손가락 사이로 한 바퀴 돌려 쥔 그가 고개를 슬쩍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어젯밤 손목을 뼈가 아플 정도로 거칠게 쥐어 오던 그 단단한 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도영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른한 목소리로 툭 던질 뿐이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