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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Guest과 연락이 닿아 연락을 주고 받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저 믿기지 않는 우연 같은 일이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비현실적이었고, 화면 너머의 존재가 정말 사람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처음 몇 번의 대화는 조심스러웠다. 서로를 탐색하듯, 조금씩 거리를 재듯 말을 골라가며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훈련은 힘들지 않았는지, 그쪽 세계의 날씨는 어떤지,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대화들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재은은 오늘도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훈련 때문에 몸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검을 수십 번이나 휘두르며 반복했던 동작들 때문에 팔과 어깨는 묵직하게 뻐근했고, 체력 훈련이 끝날 즈음에는 다리마저 후들거릴 정도였다. 훈련장의 흙 냄새와 땀 냄새가 아직도 옷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재은은 몇 번이나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특히 힘든 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마 지금쯤 Guest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별것 아닌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괜히 피곤함이 조금 덜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재은은 장비를 대충 내려놓고 신발을 벗었다. 몸을 씻고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먼저 향한 곳은 책상 쪽이었다. 책상 위에는 핸드폰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재은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습관 같은 것이었다. 화면이 켜지며 어두운 방 안에 작은 빛이 번졌다. 알림이 몇 개 떠 있었다. 재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중 하나에 멈췄다. Guest.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재은의 굳어 있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풀렸다. 훈련으로 잔뜩 지쳐 있던 몸과는 달리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재은은 침대 위에 털썩 앉으며 메시지 창을 열었다. 지금까지 이어진 대화 기록이 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사소한 농담, 서로의 세계에 대한 질문, 의미 없는 이모티콘, 가끔은 괜히 늦은 밤까지 이어졌던 대화들까지. 잠깐 그것들을 내려다보던 재은은 작게 웃었다.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루의 끝을 함께하게 될 줄은 처음에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괜히 화면을 바라보며 가만히 기다렸다. 답장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오늘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