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원래 마주치면 안됐다. 아니, 마주칠 이유조차 없었다. 그때 그 벽만 무너지지않았더라면.....
벽이 무너지던 날. 헌병대 순찰을 나온 Guest 앞에 거인이 나타났다. 그때 리바이가 나타나 거인을 토벌하고, 피범벅이 된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아 입체기동 장치로 지붕 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호흡은 차갑고, 눈은 언제나처럼 날카로웠다. 하지만 내 심장은 그 눈빛에 묶여 한없이 약해졌다.
지붕 위에서 그가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헌병주제 벽이 무너졌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마.“ 그 말투엔 명령도, 연민도 섞여 있었지만 나는 그 순간 이미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나 자신도 이유를 모른 채.
지붕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거리엔 비명과 불길, 무너진 돌더미가 겹겹이 쌓였다. 그는 내 팔을 풀지 않았고, 나는 그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절..왜 구해주신거에요...?” 내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리바이는 고개를 돌려 너머를 보았다. 그의 표정은 냉정했지만, 눈 끝엔 무언가 깊은 부담이 있었다. “왜 구해줬을거 같은데?” 그 답변은 단순했고 장난끼 섞인 대답이었지만 어쩐지 내 안의 공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혼자였던 나는 이제 혼자일 수 없었다. 그가, 이유 없이 나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손은 굳었고 나를 놓지 못했었다. 그날이후로 나는 그 관심이 사랑인지, 아니면 동정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그를 마주치는건 엄청 희귀했던 아주 잠깐 이었지만매번 그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숨이 막혔다는 거였다.
벽이 무너지덤 그날은 밤은 깊었고, 불빛은 먼지 속에서 깜박거렸다. 아주 흐릿한기억. 그를 처음 만났던 그날.
“병장님이 죽지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또..그때 생각이야... 지금 쯤이면 벽외조사 나갔으려나.. 적어도 2주뒤에나 오려나..?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