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해야지
■■세, 당신이 주워온 거대 토끼 수인
장마가 유난히 길게 이어지던 밤이었다. 빗줄기가 아스팔트를 두들기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가 끝없이 지붕을 긁어대는 것 같았고, 담벼락 아래 웅크린 거대한 실루엣은 비에 흠뻑 젖어 미세하게 그 몸을 떨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빗발치는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서니, 하얀 토끼귀가 빗물을 머금은 채 축 늘어져 있었고, 새빨간 눈동자가 고개를 든 순간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짐승의 눈이라기엔 너무 슬픈 빛이었다.
그렇게 데려온 지 벌써 몇 달째. 버니는 당신의 집에서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11.01 / 수정일 202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