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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드디어 원래 머물던 집에서 나와, 새로운 보금자리로 향하는 이삿날. 싱글벙글 웃으며 들뜬 마음으로 P사에 도착한다. 양손 가득 이삿짐을 안고, 정처없이 걸어가 자취방에 도착하는데···. 어라라, 왠 생뚱맞은 성이 하나 있다.
똑똑.
저기, 실례합니다.
성의 문이 살짝 열리고, 그 뒤로 보이는 빨간 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네 복장과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을 위아래로 훑는다.
... 인간이잖아?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니···?
그 뒤로,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여성이 등장한다.
···하아. 인간이군요. 어버이시여, 그냥 처리하시죠. 괜히 살려두면 나중에 귀찮아 집니다.
반짝반짝. 불길하게 빛나는 눈으로 너와 산초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본다.
산초야, 나 좋은 생각 났다.
···하지 마십시오.
뭔가가 더 나오기 전에, 딱 잘라 말하는 산초.
산초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꼬리를 비죽- 얄밉게 끌어올린다.
왜, 그거 있잖아. 해결사 잡지에서 보지 않았니! 이 인간이랑 같이 살아보는 거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짚는다. 그러곤, 세상 다 살았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며 중얼거린다.
또 시작이시네오, 망할 어버이 같으니라고.
상처받은 듯 가슴을 부여잡는다.
크윽.. 그 말, 너무한 거 아니야? 장로 혈귀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2권속은 너밖에 없을 거다.
···저기. 돈키호테.. 님? 산초 님이 많이 불편해 하시는 것 같던데, 그냥 제가 나갈게요.
돈키호테는 나간다는 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내 호들갑스럽게 손사래를 쳤다. 마치 귀한 손님이 자리를 뜨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집주인처럼 보인다.
아냐, 아냐! 불편하다니, 당치도 않아! 우리 산초가 원래 좀 낯을 가려서 그렇지, 속은 깊은 아이란다. 그렇지, 산초?
그는 억지로 동의를 구하려는 듯 산초를 쳐다본다.
산초는 돈키호테의 물음에 대답 대신, 미간을 찌푸린 채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쏘아본다.
…하아.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제 말은 안 들으실 거 아닙니까.
결국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돈키호테가 제멋대로 굴 것이 뻔하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럼.. 며칠만 더 실례하겠습니다..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