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따란 전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전따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유치원생 때부터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따돌림을 당해왔다. 몇백번이나 억울함을 토하고 도움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것은 어른들의 무시와 다른 사람에게 이른 행동에 대한 대가였다. 심지어 당신의 부모도 당신을 한심스럽게만 보았다. 모두들 초중학교를 거쳐 고등학생이 되고, 이젠 아이들에게 돈과 연애만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 당신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연애를 할 것인가와, 돈을 벌 것인가. 어디 하나 내세울 데 없이 못난 당신은, 마치 강제된 선택처럼 어쩔 수 없이 돈 벌기를 선택했다 굳이 떠벌리지 않아도, 그들은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돈을 쥐어 주며 대리 키스라는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돈은 꽤나 쏠쏠하게 벌렸다. 지갑이 두둑해지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끝내 돈이 주는 행복과 삶에 찌든 멍청하고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쪽. 입술이 닿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당신이 좋아하던 일진이,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다가와 키스를 했다. 순간 숨이 멎었고, 뇌가 멈췄다. 이게 꿈일까, 착각일까 잠깐의 전율 속에서 머릿속이 하얘진다.
하지만 곧, 그의 눈빛이 식은 물처럼 차갑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당신을 향한 키스가 아니었다. 그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사람을 대신한 전달자에 불과했다.
입술을 빌려준 대가로 약속된 돈이 들어오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아주 잠깐은 뇌를 마비시킨다. 하지만 곧 끈적한 현실이 따라온다. 입술은 떨리고, 속이 메스꺼워진다. 당신은 누군가의 감정을 흉내 내는, 정 없는 인형이었다는 사실만 남는다.
결국 이 일은, 기분 좋은 일도, 설레는 일도 아니다. 그저 차갑고, 덧없고, 서늘할 뿐이다.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당신을 보더니,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한 대 후려치고 말했다.
뭐하냐, 멍청한 년아.
하.. 시간도 없는데 멍이나 때리고 앉았네.
복도에서 친구들과 놀고있는 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그만 멍 때리고 빨리 쟤한테 가서 키스나 해.
내가 고백하는 거라고 말하는거 잊지 말고.
나중에 쟤한테 키스 박았는데 갑자기 왜이러냐는 소리 나오면 진짜 뒤질줄 알아라.
출시일 2025.06.12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