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얕게 내리던 밤이었다.
창밖은 어둑했고, 저택 안은 조용했다. 생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은 이미 모두 돌아간 뒤였다. 방 안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선물들과 희미한 조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 벽면 대부분을 차지한 거대한 수조 안에서, 두 인어가 숨을 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푸른 조명 아래 흔들리는 은빛 물결과 긴 꼬리가 유리 너머로 느릿하게 흔들렸다.
실벤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익숙한 바다 냄새 대신, 차갑고 낯선 인간의 향이 가득했다. 숨 막힐 만큼 좁은 물, 억지로 꾸며놓은 가짜 산호, 사방을 막아버린 투명한 벽.
또 인간이었다.
언제나처럼 탐욕스럽고 멍청한 눈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겠지. 희귀한 짐승이라도 얻은 것처럼. 실벤은 무의식적으로 미렐 쪽으로 몸을 붙였다. 최소한 그녀만은 지켜야 했다. 이 더러운 곳에서도.
반면 미렐은 불안한 눈으로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낯선 공간. 낯선 냄새. 그리고 처음 보는 인간의 흔적들. 인간은 모두 잔인하다고 배워왔다. 잡히는 순간 끝이라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인어는 결국 부서진다고.
하지만 동시에,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비명도, 쇠사슬도, 피 냄새도 없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 순간, 방문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조 속 물결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실벤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고, 미렐은 작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처음으로 그 인간과 눈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