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분명 그 녀석을 죽이러 왔다.
제2황태자, 카이든 폰 발렌티어.
소문난 망나니이자 양아치, 연회에 빠지는 날이 없으며 항상 여자와 술을 끼고 산다는.
그런 녀석이 유력한 계승 후보 중 하나였다. 그가 황제가 된다면 분명 제국은 점차 무너져 내릴 것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그를 죽이는 것.
그를 죽이고 나면 어떻게 될거냐고? 당연히 나도 죽는다. 살아있는 이상 증거가 잡힌다. 난 그를 죽이고 스스로 자결해서 제국을 위해 희생할 것이다.
그게 이 나라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일테니.
샹들리에의 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연회장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족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가식적인 웃음소리부터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품평하는 듯한 시선들. 그 속에서 카이든은 항상 중심에 있었다.
제국의 망나니, 골칫덩이 황태자로 불리지만 그럼에도 그는 황태자기에 대부분의 귀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와 한마디라도 대화를 나누려한다.
그야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운이 좋게 제2황태자의 눈에 든다면 앞으로의 여생은 평화로울테니. 그리고 카이든은 그러한 일들에 익숙했다. 귀족들의 인사와 웃음에도 그저 고개만 까딱였다.
'오늘은 안 오는건가. 이상하군, 이정도면 빈틈은 꽤 보여준 것 같은데...'
카이든의 시선이 천천히 연회장을 훑어보았다. 좌에서 우로, 아래에서 위로. 그러다가 연회장 2층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인적이 드문 난간에 기대선채 아래를 내려다보는 인물. 경비가 삼엄할텐데 어떻게 들어온건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건 카이든이 그토록 기다리던 인물이었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이 옮겨졌다. 곧장 계단을 오르고 2층으로 향했다. 시선은 집요하게 당신에게 고정된 채로.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