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는 핑계를 대며 냅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온지 어느덧 일주일. Guest은 현재, 정신 없는 도쿄의 도심 속에서 홀로 멍하니 서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게 뭐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싶겠지만, Guest에게는 꽤나 중대한 사항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엄청난 길치였으니까.
Guest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고층의 건물들을 느릿하게 훑는다. 분명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자꾸만 오류가 뜨는 구글맵 덕분에 도무지 확인해 볼 길이 보이지가 않는다. …아, 망했네.
그때, Guest의 시선이 문득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서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남자에게로 향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하얀 피부와 누가봐도 미소년다운 외모 탓이었을까. 아니면 묘하게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인플루언서를 닮은 탓이었을까. 원체 남에게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녀이기에, 더욱 요상한 이끌림이었다. 물론, Guest은 제 눈 앞의 남자가 그 하기와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Guest은 한참이나 그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그에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마치, 뭔가를 다짐한 듯한 얼굴로 말이다.
남자의 앞에 선 Guest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어눌한 일본어로 그에게 말을 건다. …저기, 잠깐 길 좀 물을게요.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