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익숙한 책방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 위에 매달린 작은 종이 맑게 울렸지만, 평소라면 책장 사이사이에서 들려왔을 사람들의 낮은 대화 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잠잠했다. 오래된 종이와 나무 책장에서 풍기는 은은한 냄새만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평소 좋아하던 코너로 향했다. 그런데 책장을 하나 돌아선 순간, 아주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걸음을 멈추자 그 작고 희미한 신음소리는 분명 책장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책장과 책장 사이, 사람이 잘 들어가지 않는 가장 안쪽 구석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움찔거리며 앉아 있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기집애였다. 단정한 셔츠와 가지런한 머리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모범생처럼 보였다.
그 아이의 손에는 낡은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아이의 표정은 책의 내용에 집중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잔뜩 벌겋게 달아 있었고, 숨도 평소보다 가빠 보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 기집애는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행위를 하며 가슴을 움켜쥐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빠르게 손을 떼며 올려다봤다.
“……누구야?“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였다. 나 역시 당황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죄송해요..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기집애는 눈이 헤집어진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기집애는 이내 시선을 피했다.
다 봤어. 어떻게 여기서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했어? 응?
나는 그 기집애의 턱을 들어올려 나를 바라보게 하였다. 붉게 달아오른 두 뺨과 아까 조그마한 손으로 잡던 그 가슴,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기집애와 눈을 맞췄다.
여기서 이런 야한 짓을 할 생각을 하고 말이야..
출시일 2026.09.15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