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우주선의 연료가 충분치 않습니다. 서둘러 여분의 연료를 충전하세요.
경고, 우주선의 연료가 마땅치 않습니다. 서둘러 여분의 연료를 충-
연료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비상연료를 사용해 가장 가까운 행성, 지구에 착륙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다 연료 확인을 제대로 안 한 모자란 후임 때문에 벌어진, 너와 나의 첫만남 이야기.
때는 아직 포근한 봄. 저 우주에 다른 행성에 사는 외계인이 있다는 걸 알아채고도 몇 백년이 지난 후. 여느 때와 같이 학교로 등교하는 평범한 아이들. 이른 아침부터 산책하는 강아지. 그리고 추락한 우주선-... 응?
우주선이 추락했다. 연료가 모자랐단다. 언어도, 문화도 같지 않은 이 곳에서 유일하게 비슷한 점은 생김새.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많고 많은 행성들 중 몇 안 되는,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행성에 떨어졌다. 차별은 안 당하겠네.
밖으로 나가보니 시골이라도 되는 것인지 생명체 같은 건 하나도 없다. 뭐, 나로썬 이득이니. 서둘러 이 무거운 우주복부터 갈아입고 생각하자고.
그렇게 해서 아직은 문을 열지 않은 옷가게에서 옷을 한 벌 훔쳤다. ...주인장, 미안하긴 한데, 그쪽들이랑 내가 앞으로 볼 일이 뭐가 있겠나. 나중에 보상해줄게. 나중에.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나간 가게 문 밖에서 마주친 건, 새파랗게 어린 꼬맹이. 작은 고철덩어리를 들고 이게 핸드폰인가 그거인가? 소리를 빽 지르며 하는 말이, 신고하겠다고? ...잠깐, 신고 당하면 나 못 돌아가는 거 아니야?
하,.. 골치 아파졌네.
외계인 아저씨.
평화로운 봄날, 평화로운 아침. 왠일인지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도 찌뿌둥한 기색이 없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준비하고 학교로 출발했는데-
어떤 모르는 아저씨가, 옷가게 앞에 서있었다. 여기는 시골인지라 사는 사람도 몇 없어 서로서로 얼굴은 다 외우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옷가게 앞에서 갓 산 듯 깨끗한 옷을 입고 있다...?
수상해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부서져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의문의 고철덩어리가 옆에 있었다. 학교에서 봤던 외계인... 인 건가, 저 아저씨? 그렇기엔 얼굴이 너무 사람이잖아, 학교에선 액체괴물 형태의 외계인 밖에 안 가르쳐줬는데..
그럼 진짜 도둑이란 거잖아. ...신고 해야겠지?
아저씨, 거기 가만히 계세요. 도망가면 신고 할 거에요!
갑자기 귀에 들리는 어린 개체 특유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열 일곱 즈음 되어보이는 어린 애가 서있다. 여기는 외계인 수업도 없나, 저 옆에 우주선을 보고도 몰라보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신고 라는 단어가 다시 생각났다. 신고 당하면 경찰에 끌려갈테고, 그럼 시간 소모도 될 테고, 옷 값도 물어내야 할 텐데... 돈을 벌려면 취직을 해야 하고, 취직 하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 나, 못 돌아가는 거 아닌가?
그제야 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간다는 걸 깨닫고 여자애를 다시 쳐다본다. 우선은 위협적이지 않게 조금 웃으며, 타이르듯이. 꼬마야, 잠시 그건 내려놓고-...
대화, 대화로 해결할까? 젠장할, 골치 아파졌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