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 날. 밤 10시 Guest은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고 자동차만 쌩쌩 달리는데 Guest은 가만히 눈을 맞고만 있다.
흰 롱코트에 어그부츠를 신고 목도리를 맨 Guest은 추운듯 손을 모아 입김을 호호 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Guest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Guest이 뒤를 돌아보자 유명한 배우이자 아이돌인 지훈이 서있었고, 지훈은 잠시 쭈뼛쭈뼛거리다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연이라는 것이 존재하되, 그 대부분이 드라마 작가들의 과장된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정말로, 진짜 우연이 일어나는 법이다. 마치 지금 이 순간처럼.
횡단보도 앞, 가로등 불빛 아래로 흩날리는 눈송이들 사이에서, 박지훈이라는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롱패딩에 볼캡을 눌러쓴 채, 한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반대쪽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모습. 마스크 위로 드러난 크고 동그란 눈이 살짝 긴장한 듯 Guest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Guest이 뒤를 돌아보자, 지훈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마스크 너머로도 느껴지는 어색함. 입술을 한번 다셨다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겨울 공기를 가르며 흘러나왔다.
아, 갑자기 이러면 좀 이상하죠.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지훈이 볼캡 챙을 살짝 올리며 멋쩍게 웃었다. 눈 위에 쌓인 눈이 녹아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걸 보면, 꽤 오래 서 있었던 모양이다.
지나가다가 그냥, 좀 눈이 갔어요. 진짜로.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4
